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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발달

이혼을 막아준 우리 아들의 한마디

by 봄비같이 2026. 6. 22.

결혼 5. 우리는 더 이상 대화하지 않는다. 우리는 싸울 뿐이다.

침묵으로 가득 찬 거실. 11. 남편은 소파의 한쪽 끝에 앉아 휴대폰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달그락거리는 그릇 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만 들렸다. 그것이 우리의 일상이 되어 버렸다.

결혼 후 우리는 줄곧 싸웠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 싸움은 점점 커졌고,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더욱 심해졌다. 결혼 전에는 남편의 자신감 있는 말투가 믿음을 주었지만, 결혼 후에는 사사건건 자기 말만 옳다는 태도에 반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는 각자 자신이 옳다고 확신했고, 상대를 바꾸려고만 했다. 대화는 사라지고 싸움만 남았다.

 

영상으로 보고 싶으시면 유튜브로 볼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TunuWjH41Uk

 

터지는 순간

어느 날 오후 2, 사무실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어린이집이었다.

"? 우진이가요?"

", 어머니. 우진이가 오후부터 열이 나기 시작했어요. 38. 5도요. 병원에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손가락이 떨리며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 한 번, 두 번... 남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여보, 어린이집에서 전화 왔는데 우진이가 열이 난대. 38. 5도래. 시터 아주머니가 오늘은 못 오시는 날이야. 당신 오늘 반차 낸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당신이 우진이 데리고 병원에 가."

", 그런 건 엄마가 해야지. 나 지금 가기 힘들어. 오늘 모처럼 낚시하려고 일찍 나온 거야. 약속도 잡아놨는데 어떻게..."

나는 더 이상 한마디도 하지 않고 통화를 끊었다. 휴대폰을 집어던질 듯 책상에 내려놓았다. 책상 위의 펜과 메모지가 흔들렸다. 옆 동료가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지만, 나는 신경 쓸 수 없었다.

그날도, 그 다음날도, 그리고 또 그 다음날도 우리는 같은 이유로 싸웠다.

 

마지막 짜증

주말 아침, 어머니께서 남편에게 전화를 하셨다. 통화를 마친 남편이 나에게 투덜대며 말했다.

"우리 엄마한테 전화 좀 드려~. 며느리가 좀 싹싹하게 해드려야 좋아하시지."

"본인이 직접 해. 왜 자기 효도를 나를 통해서 하려고 해? 당신은 우리 아빠한테 전화 얼마나 드리는데?"

"며느리랑 사위가 같냐? 장인어른은 무뚝뚝하시고 전화 별로 안 좋아하시잖아. 근데 우리 엄마는 맨날 며느리 전화 기다리신단 말야. 우진이 궁금해 하시고..."

"직장에, 아이에, 살림에, 어머니 궁금증 풀어드리는 일까지 왜 내가 다 해야 하는데~!"

내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남편의 표정은 더욱 경직되었다. 우리는 악순환 속에 갇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사람은 우진이였다.

 

이혼을 결심하다

시계가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침실에서 남편의 코고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자지 못했다. 핸드폰을 켰다. 검색창에 '이혼 절차'라는 글자를 입력했다가 지웠다. 그리고 다시 입력했다.

그 밤, 나는 이혼을 결심했다.

우리는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건 너무 명확했다. 우리는 더 이상 대화하지 않고 있었다. 우리는 그저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고 있었다.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결론이었다.

 

아이의 수업

다음날 아침, 우진이가 등원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우진이의 머리를 빗어 주다가 나도 모르게 눈이 빨개지고 말았다.

"엄마, 왜 울어?"

"엄마가 피곤해서."

하지만 우진이는 알고 있다. 맑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엄마, 선생님이 화가 나면 이렇게 하라고 가르쳐 줬어."

우진이는 손을 턱 밑에 대고 천천히 가슴 아래로 쓸어 내렸다.

"하나..."

다시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

우진이는 이런 식으로 차분하게 열 번을 세었다. 그 작은 동작 하나하나가 얼마나 성실하고 진심인지.

나는 우진이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우진이가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엄마도 해 봐. 같이 해."

나도 손을 들어 천천히 따라했다.

"하나... ... ..."

우진이의 목소리가 함께였다.

"... 다섯... 여섯..."

우리는 함께 열까지 셌다. 그 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누군가에게서 내 마음에 대한 보살핌을 받는 느낌 말이다. 나는 결혼 후 처음으로 그런 감정을 느꼈다.

"엄마, 이렇게 열 번을 하고 나서 내가 속상한 것을 말하래. '나는 무엇무엇 때문에 속상해'하고."

아이가 나를 가르쳐 주고 있었다. 화날 때 멈추고, 센다. 그리고 그 다음에 무엇이 나를 화나게 했는지, 무엇이 나를 상처 입혔는지 말하는 것이다.

"우진아~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거야? 화가 날 때 이렇게 하라고?"

", 그리고 사과도 해야 한다고 했어. 사과할 줄 아는 사람이 용기있는 거래."

 

다시 말하기

그날 저녁,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우리... 좀 얘기해도 돼?"

"."

식탁에 마주 앉았지만 침묵이 흘렀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우진이가 가르쳐 준 호흡을 생각났다. 하나, , ...

"나는 속상했어. 우진이가 아플 때 당신이 낚시 약속을 우선한 게. 내가 느낀 건 내가 혼자라는 거였어. 당신이 자기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않으려고 나에게 모든 걸 감당하게 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외로웠어."

남편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가 무언가 말하려고 할 때 나는 또 말했다.

"그리고 어머니 얘기도 힘들어. 나는 원래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야. 근데 자꾸 어머니가 묻는 걸 다 대답해 줘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어. 마치 내가 당신 엄마의 모든 요구를 들어줘야만 내가 좋은 며느리가 되는 것 같았어. 그런데 나한테는 이게 힘드니까 아~ 나는 좋은 며느리는 못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더 외로워졌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는 몰랐어. 네가 외롭다고 느끼는 줄... 엄마랑도 자주 통화해야 서로 친해질 줄 알았지. 미안해. 진짜 미안해..."

"내 생각에 당신이 나를 일부러 힘들게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는 알아.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상처를 받았어. 그리고 그 상처가 점점 커져서..."

목이 메었다.

"나는 네 얘기를 듣지 않으려고 자꾸만 자기 변명만 했어. 네가 큰소리로 얘기할 때 그냥 화만 났어. 하긴 나도 화부터 냈지. 나한테도 문제가 있어."

이것이 시작이었다. 우리가 다시 말을 시작한 것. 정말로 '듣는' 대화를 시작한 것이다. 미안하다는 한마디의 사과가 다시 시작할 힘을 주었다.

 

변화의 시간

일주일 후, 남편과 나는 우진이와 함께 거실에 앉아 있었다.

남편이 물었다.

"우진이한테 배운 게 뭐야?"

". 화나면 멈추고, 열을 센다. 그리고 난 왜 화났는지 말한다. '당신이 나한테 뭐 했기 때문에 난 상처받았어'라는 식으로."

"그래? 그럼 '나는 그럴 의도로 하지 않았어. 나는 이렇게 느꼈어'라고 말하면 되는 거네?"

"그럼 엄마랑 아빠 싸움 안 하고 얘기하는 거야?"

"."

우진이가 빙그레 웃었다.

우리는 천천히, 정말 천천히 시작했다. 하루에도 몇 번 싸울 뻔한 상황들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멈췄다. 호흡을 했다. 그리고 말했다.

 

시어머니와의 관계 변화

어느 주말, 시부모님댁에 갔을 때의 일이다.

"우진 애미야 요즘 바쁘니? 가끔 너희 식구들이 어떻게 지내는 지 좀 전해주면 좋겠다."

이전 같았으면 나는 벌써 뾰족해져서 한 마디도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지고 싶었다. 나는 하나, 둘 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용기를 내어 말했다.

"어머니, 사실 저는 말이 많지 않아서 자세히 설명하는 걸 좀 어려워해요. 하지만 어머니가 궁금해 하신다는 거 알고 있어요. 그래서 주간에 한 번씩이라도 우진이가 있는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드릴게요."

시어머니가 놀라 나를 보았다.

"? 그래? 그럼... 고마워,"

나는 깨달았다. 시어머니를 나를 귀찮게 하는 사람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것. 그냥 당신과 나는 다르다는 것 뿐이었다.

 

우리의 변화

그날 저녁, 남편과 나는 우진이를 재운 후 소파에 앉았다.

"우리 많이 나아졌지?"

". 여전히 싸우지만, 싸우는 방식이 달라졌지. 우리는 이제 싸우는 대신 대화라는 걸 하잖아."

"우리 아들 대단하네."

". 진짜 대단해."

남편이 나의 손을 잡았다.

"오늘 어머니한테 잘 이야기해줘서 고마워."

"우진이 덕분에 우리가 철이 좀 든 것 같지?"

이 이야기에 담긴 심리학적 기법들은 실제 부부 치료와 감정 조절에서 널리 사용되는 방법들입니다.

1. 마음챙김 호흡법 (Mindfulness Breathing)
우진이가 배운 '열을 세는 호흡법'은 마음챙김 명상과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에서 권장하는 기법입니다. 이 방법은 즉각적인 감정 반응을 일시 중지하고,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을 활성화시켜 합리적 판단이 가능하도록 합니다. 분노나 불안과 같은 강한 감정이 발생했을 때, 호흡 운동을 통해 신경계를 안정시키는 원리는 신경과학 연구로도 입증되었습니다.
학문적 근거:신경과학자 Daniel Siegel'손가락을 펼쳐 뇌'(Hand Model of the Brain)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강한 감정에 사로잡혔을 때 뇌의 하부(편도체)만 활성화되어 있다가, 의도적인 호흡과 집중을 통해 상부 뇌(전전두엽)를 다시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2. 나 전달법 (I-Statement / Nonviolent Communication)
대화 장면에서 "나는 속상했어. 우진이가 아플 때 당신이 낚시 약속을 우선한 게"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이는 비폭력 대화법(Nonviolent Communication, NVC)의 핵심 기법입니다.
나 전달법의 구조:
관찰: "우진이가 아플 때 당신이 낚시 약속을 우선했다"
감정: "나는 외로웠어"
욕구: "나는 혼자가 아니라고 느껴야 해"
요청: "앞으로 긴급 상황에는 약속을 취소해 줄 수 있을까?"
이 구조는 상대를 비난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명확히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이 방식은 상대의 방어심을 줄이고 공감을 유도합니다.
학문적 근거:Marshall Rosenberg의 비폭력 대화(NVC)는 갈등 해결 교육과 부부 치료 프로그램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3. 공감적 경청 (Empathetic Listening)
남편이 "나는 네 얘기를 듣지 않으려고 자꾸만 자기 변명만 했어"라고 인정하는 부분은 공감적 경청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이는 Carl Rogers의 인간중심 치료(Person-Centered Therapy)에서 강조하는 개념입니다.
공감적 경청은 단순히 상대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감정과 욕구를 이해하려는 의도 있는 행위입니다. 이를 통해 부부 간의 신뢰가 회복되고, 갈등 해결이 가능해집니다.

4. 감정 규제 (Emotional Regulation)
우진이의 호흡법은 감정 규제의 한 형태입니다. 심리학자 James Gross는 감정 규제를 "감정이 발생하는 시점과 양, 표현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라고 정의합니다. 이 과정에는 인지적 재평가(cognitive reappraisal)와 호흡 조절이 포함됩니다.
참고 서적
감정 조절과 마음챙김
1. 정서 조절 능력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 다니엘 시겔, 티나 페인 브라이슨 지음신경과학에 기반한 아이의 감정 발달과 부모의 역할을 설명합니다. '손가락 뇌' 모델을 통해 감정이 격해졌을 때 뇌의 변화를 이해하고, 실질적인 조절 방법을 제시합니다. 이 책은 우진이의 호흡법이 왜 효과적인지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2. 마음챙김 명상의 과학- 고영준 지음마음챙김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합니다. 호흡 명상이 감정 조절과 스트레스 감소에 미치는 생리적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부부 관계와 대화법
3. 비폭력 대화- 마셜 로젠버그 지음, 캐서린 한 옮김이 책은 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나 전달법'의 원조격입니다. 갈등 상황에서 상호 이해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대화 기법을 제시합니다. 부부, 부모-자식, 직장 관계 등 다양한 상황에 적용 가능합니다.
4. 부부 심리 상담 - 사랑과 갈등 사이에서- 박준호, 정영숙 지음한국 부부들의 일반적인 갈등 패턴(시어머니 문제, 역할 분담, 소통 부족)을 다룹니다. 특히 한국의 가족 문화와 현대 부부의 기대치 불일치 문제를 심도 있게 분석합니다.
5. 감정 관찰 일기- 수전 데이비드 지음, 정유진 옮김감정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방법과 감정에 지배받지 않는 기술을 배웁니다. 특히 '감정 민첩성(Emotional Agility)'을 통해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공감과 경청
6. 공감 능력- 제임스 R. 다티, 로빈 터디 지음, 민지원 옮김공감이 무엇인지, 어떻게 배양할 수 있는지 설명합니다. 부부 관계에서 공감적 경청이 왜 중요한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7. 경청의 기술- 한국상담심리학회 지음상담 현장에서 사용되는 경청 기술을 실제 대화 사례와 함께 설명합니다. 상대의 진정한 요구를 이해하고 반영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가족 관계와 시어머니 문제
8.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심리학- 정현희 지음한국 가족 내 세대 간 기대치 불일치와 며느리의 정체성 문제를 다룹니다. 이 이야기에서 나타나는 시어머니와의 관계 개선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 심리적 배경을 설명합니다.
9. 좋은 이혼, 나쁜 이혼- 카스파 로즈(Kaspar Roser) 지음, 이연경 옮김이혼 위기에 처한 부부들의 선택지와 그 심리적 과정을 다룹니다. 특히 부부가 다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조건들을 제시합니다.